교대생이 알려주는 교대의 현실 - 빨리 시작하는 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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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대를 졸업하고 현재 4년차 교사이며, 수능을 다시 준비중인 27살입니다.
남들은 다 좋다고 하는 교사를 대체 왜 그만두려 하는지, 이를 통해 왜 교대 진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글을 씁니다.

4년 동안 저를 거쳐간 학생이 한 100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3, 4, 5, 6학년의 담임을 한 번 씩 했습니다. 그 학생들 모두에게 제 모든걸 다 쏟아부었고, 실제로 학생들도 저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작년에 졸업시킨 제자들은 선생님 군대 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많이 뵈야 한다! 라고 하면서 굉장히 자주 저를 찾아옵니다. 첫 제자였던 4학년 친구들은 종종 페북으로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정말 과분할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학생들에게 받고 있으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교직을 그만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크게 6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째로, 이 직업은 생각보다 훨씬 지칩니다. 학생들의 에너지의 발산은 저에게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동시에 과잉되어 빨리 지치게 됩니다. 첫 해는 마냥 학생들과 노는게 좋아서 지치는지 몰랐고, 둘 째 해는 지치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까진 할 만 하다! 라고 느꼈고, 셋 째 해는 6학년 학생들이라 말이 잘 통해서 참을 만 했지만.. 올해 정말 어린 학생들과 함께 하며 매일 매일이 지쳐가고 늙어감을 느꼈습니다.

둘 째로, 이 직업은 굉장히 부담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물론, 부담감을 짊어지지 않고 일하시는 동료 분들도 계십니다. 학생들이 싸운다? 수업을 듣지 않는다? 사고를 친다? 애정을 주지 않고 관심을 주지 않으면 그냥그냥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게 교사의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잘못된 길로 빠져나가는게 보이면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며, 슬퍼하면 위로해주고, 지치면 끌어주는 것이 교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학생은 교사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교대를 입학하면서부터 들었던 의문인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바꾸기 힘들다. 초등학생 때 올바른 인격을 형성해야 하는데, 내가 과연 그 올바른 인성을 형성할 수 있을까?'를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말 큰 부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셋 째로, 교권이 굉장히 추락했습니다. 세간에서 바라는 참교사상? 교사 본인이 제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교사가 되기 위해 학생들에게 열심히 하다 보면 피해를 입는건 교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싸우면 가해 학생에게는 가해를 하게 된 원인을 듣고, 잘못된 행동임을 인지시키며,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본인만의 속상한 감정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피해 학생에게는 피해를 받아 슬픈 마음을 읽어주고, 보듬어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열심히 하다 보면 돌아오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가해 학부모의 고소장입니다.
다른 썰을 하나 더 풀자면.. 학급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자 학급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 있습니다.(이를테면, 학급 규칙 정하기) 하지만 이 사안이 한 명의 학생의 마음에 들지 않아 그 학생이 학부모에게 이르면, 그 학부모는 바로 민원부터 넣습니다. 왜 민원을 넣었냐 하니깐, 선생님이 학급 운영을 잘못해서 본인의 자식이 상처를 받았다는 겁니다. 단지 학생 본인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심통이 났을 뿐인데...

넷 째로, '보람'이라는 것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물론 사람 바이 사람입니다.) 학생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지만, 생각보다 학생들은 가시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나중에 지나고 보면 아... 그래도 얘가 조금이라도 바뀌었구나.... 정도입니다. 또한, 나에게 이 학생들은 내 모든 마음을 쏟은 제자이지만, 결국 학생들에게 나는 단지 1년 거쳐가는 선생님입니다. 내 기대 심리가 높으면 높을 수록 오히려 끝없는 좌절감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다섯 째로,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는 원래 다른 꿈을 목표로 하다가 점수가 낮아서 원하는 데 진학하지 못하고 교대를 간 케이스입니다. 정시파이터로써 탐구를 말아먹고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나 찾던 중, 교대를 알게 되었고,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학교다! 싶었죠. 초등교사에 대한 생각은 제 수험 생활 중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정말 원서영역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죠. 쨌든 교대에 들어가서 임고 치열하게 준비하여 붙었고, 2~3년 간은 재밌게 했습니다. 근데 정말 어린 아이들을 맡게 되며 스트레스를 엄청 심하게 받았습니다. 거기에 느낀게 '아, 나는 교직이 적성에 맞다고 착각하고 있었구나. 단지 썰을 풀고, 장난을 치는 걸 좋아했을 뿐이었다. 나의 앞으로의 교직 생활에서 난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닐 것 같다.'였습니다.


교대를 생각하고 계시는 후배님들. 저처럼 큰 각오 없이 점수를 맞춰 교사가 되면 정말 힘듭니다. 제가 글에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여기서 제가 생각한 명분이란 '사회적 지위', 실리란 '직업의 안정성'입니다. 현재 교대는 둘 다 챙기기 어렵습니다. '사회적 지위'는 이미 박살났으며, '직업의 안정성'은 생각보다 위태위태한듯합니다. 연금은 앞으로도 더 박살날 전망이며, 방학 또한 박살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생각보다 엄청 박봉입니다. (4년차 월 240, 비슷한 수준의 학교 나온 친구들 월 300씩 버는 중) 이런 상황에도 아이들이 좋아서, 정말 내가 교사로서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 싶은 꿈이 있으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해 나가실 수 있습니다. 후배님 같은 분들께서 교사가 되셔야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현실적인 장점들을 바라보고 이 길을 선택하셨다면, 우리의 인식 속의 교사와 현실의 교사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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