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고전시가 ( 속미인곡, 규원가, 선상탄, 누항사, 고궁가) - 빨리 시작하는 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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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미인곡

해석

갑녀 : 저기 가는 저 각시 본 듯도 하구나.
천상 백옥경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저문 날에 누굴 보러 가시는고?

을녀 : 아아, 너로구나. 내 이야기 들어 보오.
내 몸과 이 거동이 임께서 사랑함직한가마는
어쩐지 날 보시고 너로구나하고 여기시기에
나도 임을 믿어 다른 뜻이 전혀 없어
아양이며 교태며 어지럽게 굴었던지
반기시는 낯빛이 옛날과 어찌 다르신고?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헤아리니
내 몸이 지은 죄가 산같이 쌓였으니,
하늘이라 원망하며 사람이라 탓하랴.
서러워서 풀어내 헤아리니 조물주의 탓이로다.

갑녀 : 그리는 생각 마오.

을녀 : 맺힌 일이 있소이다.
임을 모신 적 있어 임의 일을 내 알거니,
물같은 몸이 편하실 적이 몇 날일꼬?
봄날의 추위와 여름철의 무더위는 어찌하여 지내시며,
가을날과 겨울날은 누가 모셨는고?
아침 죽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찌 자시는고?

임 향한 소식을 아무렇게나 알자 하니,
오늘도 거의로다. 내일이나 사람 올까?
내 마음 둘 데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인고?
잡거니 밀거니 하며 높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무슨 일인고?
산천이 어둡거니 해와 달은 어찌 보며,
한 치 앞도 모르거든 천 리를 바라보랴.
차라리 물가에 가 뱃길이나 보자 하니
바람과 물결로 어리둥절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나니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 향한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초가집 찬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 가운데의 등불은 누굴 위하여 밝았는고?
오르며 내리며 헤매며 오락가락하니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을 잠깐 드니,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임을 보니
옥 같던 모습이 반이나마 늙었어라.
마음에 먹은 말을 실컷 사뢰자 하니
눈물이 바로 나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를 못 다하여 목조차 메려하니
방정맞은 닭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고?

아아, 허사로다. 이 임이 어디 갔는고?
잠결에 일어나 앉아 창문을 열고 바라보니,
가엾은 그림자만이 날 좇을 뿐이로다.
차라리 사라져서 지는 달이나 되어서
임 계신 창문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갑녀 :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소서.

 

 

규원가

해석

엊그제 젊었더니 어찌 벌써 이렇게 다 늙어 버렸는가? / 어릴 적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야 헛되구나. /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사연 말하자니 목이 멘다. 부모님이 낳아 기르며 몹시 고생하여 이 내 몸 길러낼 때, / 높은 벼슬아치의 배필은 바라지 못할지라도 군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바랐더니, / 전생에 지은 원망스러운 업보요, 부부의 인연으로 / 장안의 호탕하면서도 경박한 사람을 꿈같이 만나, 시집간 뒤에 남편 시중들면서 조심하기를 마치 살얼음 디디는 듯하였다. 열다섯, 열여섯 살을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 저절로 나타나니, / 이 얼굴 이 태도로 평생을 약속하였더니, / 세월이 빨리 지나고 조물주마저 다 시기하여 / 봄바람 가을 물, 곧 세월이 베틀의 베올 사이에 북이 지나가듯 빨리 지나가 /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 어디 두고 모습이 밉게도 되었구나. / 내 얼굴을 내가 보고 알거니와 어느 님이 나를 사랑할 것인가? /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여러 사람이 떼를 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 꽃 피고 날 저물 때 정처 없이 나가서 / 호사스러운 행장을 하고 어디어디 머물러 노는가? / 집 안에만 있어서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욱 알 수 있으랴. / 겉으로는 인연을 끊었다지만 임에 대한 생각이야 없을 것인가? / 임의 얼굴을 못 보니 그립기나 말았으면 좋으련만, / 하루가 길기도 길구나. 한 달 곧 서른 날이 지루하다. 규방 앞에 심은 매화 몇 번이나 피었다 졌는가? 겨울밤 차고 찬 때는 진눈깨비 섞어 내리고, / 여름날 길고 긴 때 궂은 비는 무슨 일인가? / 봄날 온갖 꽃 피고 버들잎이 돋아나는 좋은 시절에 아름다운 경치를 보아도 아무 생각이 없다. / 가을 달빛이 방 안에 비추어 들어오고 귀뚜라미 침상에서 울 때 / 긴 한숨 흘리는 눈물 헛되이 생각만 많다. /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돌이켜 여러 가지 일을 하나하나 생각하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할 것인가? / 등불을 돌려 놓고 푸른 거문고를 비스듬히 안아 /벽련화곡을 시름에 싸여 타니, / 소상강 밤비에 댓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 망주석에 천 년 만에 찾아온 특별한 학이 울고있는 듯, 아름다운 손으로 타는 솜씨는 옛 가락이 아직 남아 있지마는, / 연꽃 무늬가 있는 휘장을 친 방이 텅 비었으니 누구의 귀에 들릴 것인가? / 구곡 간장이 끊어지는 듯 슬프다.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나 임을 보려 하니, / 바람에 지는 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는 무슨 일이 원수가 되어 잠마저 깨우는가? / 하늘의 견우성과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을지라도, / 칠월 칠석 일 년에 한 번씩 때를 어기지 않고 만나는데, / 우리 임 가신 후는 무슨 장애물이 가리었기에 / 오고 가는 소식마저 그쳤는가? /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가신 데를 바라보니, / 풀 이슬은 맺혀 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 대 수풀 우거진 푸른 곳에 새소리가 더욱 서럽다. / 세상에 서러운 사람 많다고 하겠지만 / 운명이 기구한 젊은 여자야 나 같은 이 또 있을까? / 아마도 임의 탓으로 살 듯 말 듯 하구나.
 
 

선상탄

 

해석

늙고 병든 몸을 수군 통제사로 보내셔서
을사년 여름에 진동영으로 내려오니
변방의 중요한 지역에 병이 깊다고 앉아 있겠는가
긴 칼을 깃겨 차고 병선에 굳이 올라
기운을 내고 눈을 부릅뜨고 대마도를 굽어보니
바람을 좇는 황운은 멀고도 가깝게 쌓여있고
아득한 푸른 파도는 긴 하늘과 같은 빛이구나
선상에서 배회하며 옛날과 지금을 생각하고
어리석고 미친 마음에 헌원씨를 원망하노라
대양이 넓고 끝없이 천지에 둘려있으니
정말로 배 아니면 만리의 풍파 밖의 어느 오랑캐가 엿볼것인가
무슨 일을 하려 배를 만들었는가
오랜 시간동안 끝없는 큰 피해가 되어
온 세상의 만백성의 원망을 얻고 있는구나
아 깨달으니 진시황의 탓이로다
배가 비록 있다 하나 왜가 생기지 않았다면
일본 대마도에서 빈 배가 절로 나올것인가
누구의 말을 믿어 듣고 소년소녀를 그토록 데려다가
바다의 모든 섬에 상대하기 어려운 적을 만들어 두고
통분한 수욕이 중국에까지 다 미치게 하였는가
장생 불사약을 얼마나 얻어 내어
만리장성을 높이 쌓고 몇만 년을 살았던가
남처럼 죽어가니 유익한 줄 모르겠도다
아 생각하니 서불의 무리가 너무 심하다
신하가 되어서 망명도 하는 것인가
신선을 만나지 못했거든 쉽게나 돌아왔으면
통제가의 이 시름은 전혀없었을 것이다
두어라 이미 지난 일이라 일러 무엇하겠는가
속절없는 시비를 팽개쳐 던져 두자
깊이 생각하여 깨다르니 내 뜻도 고집스럽구나
황제가 재와 수레를 만든 것은 잘못된 줄도 모르겠도다
장한이 강동으로 돌아가 추풍을 만났다 한들
조각배를 타지 않으면 하늘이 맑고 바다가 넓다 해도
어느 흥이 절로 나며
삼공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강산이 제일인 곳에서
부평초 같은 어부의 삶을
작은 조각배 아니면 어디에 부쳐 다니겠는가
이런 일을 보면 배를 만든 제도야
아주 묘한듯 하다마는 어찌하여 우리 무리는
나는 듯한 판옥선을 밤낮으로 빗겨 타고
풍월을 읊되 흥이 전혀 없는 것인가
옛날의 배 안에는 술상이 어지럽더니
오늘의 배 안에는 큰 칼과 긴 창 뿐이로다
같은 배건마는 가진 바가 다르니
그 사이의 우환과 즐거움이 서로 같지 못하도다
때때로 머리를 들어 북극성을 바라보며
때를 근심하는 늙은이의 눈물을 하늘 한 구석에 떨어뜨린다
우리나라의 문물이 한, 당, 송에 떨어지랴마는
국운이 불행하여 흉악한 모략에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고 있어
백분의 일도 씻어버리지 못했거든
이 몸이 대단치 못하다 한들 신하가 되어 있다가
신하와 임금의 길이 달라 못 모시고 늙었다 한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야 어느 때에 잊겠는가
강개를 못 이기는 장한 기운은 늙을수록 더욱 장하다마는
보잘것없는 이 몸이 병이 들었으니
분을 씻고 원한을 풀기가 어려울 듯하건마는
그러나 죽은 제갈도 산 중달을 멀리 쫒았고
발이 없는 손빈도 방연을 잡았는데
하물며 이 몸은 수족이 모두 있고 살아있으니
쥐나 개 같은 도적을 조금이나마 두려워 하겠는가
나는 듯한 배에 달려들어 선봉을 휘몰아치면
구시월 서릿바람에 떨어지는 잎같이 헤치리라
칠종 칠금을 우리라고 못 할 것인가
꾸물거리는 섬 오랑캐들아 어서 항복하고 용서를 빌어라
항복한 자는 죽이지 않으니 너희를 구태여 섬멸하겠느냐
우리 임금의 성스러운 덕이 함께 살고자 하시니라
태평천하에 요순의 백성이 되어
해와 달의 빛은 아침마다 빛나니
전선을 타던 우리들도 고깃배에서 저녁을 노래하고
가을 달과 봄바람에 베개를 높이 베고 누워서
성군의 태평성대를 다시 보려 하노라

 

 

누항사

 

 

 

 

고궁가

해석

집의 옷과 밥을 제쳐놓고 빌어먹는 져 고공(雇工), 우리 집 기별을 아느냐 모르느냐? 비 오는 날 일 없을 때 새끼 꼬면서 이르니라. 처음에 한어버이 살림살이하려 할 때, 인심(仁心)을 많이 쓰니 사람이 절로 모여절로 모여, 풀 베고 터를 닦아 큰집을 지어내고, 써레 보습 쟁기 소로 전답을 기경(起耕)하니, 올벼 논 텃밭이 여드레갈이로다. 자손에 전계(傳繼)하여 대대로 내려오니, 논밭도 좋거니와 고공도 근검터라. 저희마다 농사지어 부유하게 살던 것을, 요사이 고공들은 생각이 아주 없어, 밥그릇 크나 작나 입은 옷이 좋나 나쁘나, 마음을 다투는 듯 우두머릴 시기하는 듯, 무슨 일 감겨 들어 반목을 일삼느냐? 너희들 일 아니 하고 시절조차 사나워서, 가뜩이나 내 살림이 줄어들게 되었는데, 엊그제 화강도(火强盜)에 가산을 탕진하 니, 집 하나 불타 버리고 먹을 것이 전혀 없다. 크나큰 세간을 어찌하여 일으키려뇨. 김가(金哥) 이가(李哥) 고공들아 새 마음 먹으려무나. 너희는 젊었다고 생각하려 아니하느냐. 한 솥의 밥 먹으며 항상 다투느냐? 한 마음 한 뜻으로 농사를 짓자 꾸나. 한 집이 부유하면 옷과 밥을 분별하랴. 누구는 쟁기 잡고 누구는 소를 모니, 밭 갈고 논 갈아 벼를 심 어 던져 두고, 날 좋은 호미로 김을 메자꾸나. 산 밭도 거칠었고 무논도 기워 간다. 사립피 말뚝 놓아 벼 곁 에 세워라. 칠석에 호미 씻고 김을 다 맨 후에, 새끼 꼬기 뉘 잘하며, 섬은 뉘 엮으랴. 너희 재주 헤아려 서로 서로 맡아라. 가을 거둔 후면 성조(成造)를 아니하랴. 집일랑 내 지을게 움이란 네 묻어라. 너희 재주를 내 짐작하였노라. 너희도 먹을 일을 분별을 하려무나. 멍석에 벼를 넌들 좋은 해 구름 끼어, 볕뉘를 언제 보랴. 방아를 못 찧거든 거칠고 거친 올벼, 옥같은 백미 될 줄 뉘 알아 오겠는가. 너희네 데리고 새 살림 살자 하니, 엊그제 왔던 도적 아니 멀리 갔다 하되, 너희네 귀눈 없어 저런 줄 모르 기에, 방비는 전혀 않고 옷 밥만 다투느냐. 너희네 데리고 춥는가 주리는가. 죽조반 아침 저녁 더 해다 먹였 거든, 은혜란 생각 않고 제 일만 하려 하니, 사려 깊은 새 들이리 어느 때 얻어서, 집 일을 맡기고 시름을 잊으려뇨. 너희 일을 애달파 하면서 새끼 한 사리 다 꼬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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